지구를 사랑하는 것
엘리자베스 존슨 수녀님의 글의 일부를 옮겨본다.
[신은 낙원에 머물지 않는다] 282-284쪽
<지구를 사랑하는 것>
창조하고, 내주하며(우리 안에 머무시며), 자비로이 사랑하고, 거대한 모험중인 세상에 힘을 실어주는
창조주 성령에 대한 신학은 틀림없이 다른 모든 신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신학은 지구를 돌보는 책임윤리의 기초가 된다.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윤리적 우주는 더이상 적절하지 못하다.
지구가 만약 진실로 하느님이 현존하는 성소, 신적 자비의 장소, 신적 약속의 담지자라면,
생태학살 ecocide, 생명학살 biocide, 지구학살 geocide 를 통해 계속되는 파괴는 심각한 신성모독이다.
전통적인 성경의 예언과 예수의 영에 입각해서 신앙인은 예언적이고 도전적으로 반응을 할 필요가 있으며
자연세계를 돌보고 보호하고 치유하는 일을 촉구해야 한다.
비록 이 일이 막대한 경제적, 정치적 손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어도 말이다.
사실 손해는 생기기 마련이다. 그것이 아무리 미천한 종 species 이든, 혹은 오존층처럼 거대한 체계든
약자에 대한 무력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는 비폭력 저항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엄격한 하나의 기준으로 우리의 행동윤리를 판단해야 한다.
즉, 이 일이 지구생명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에 공헌을 하는지 안 하는지 말이다.
이 놀라운 실천원리를 처음으로 표현한 사람은 교황 요한 바오로2세였다(1990년). 그는 이렇게 표현했다.
"생명존중, 인간 존엄성의 존중은 다른 피조물에게도 적용된다."
실질적으로 인간은 이 지구상에서 다른 피조물과 함께하지 못하면 아예 생존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실용적인 것 이상이다. 왜냐하면 생명존중은 따로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명뿐 아니라 살아있는 지구 전체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하느님의 사랑스런 피조물이다.
이런 사실은 인지한 우리는 결국 인간에게만 쏠려 있던 윤리적 관심을 모든 생명집단들을 향해 역동적으로 돌려야 한다.
생태윤리에서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큰 계명이 그 지경을 넓혀 생명 공동체 전체를 포함한다.
"내 이웃이 누구입니까?" 브라이언 패트릭이 물었다. "사마리아인인가요? 버림받은 자인가요? 원수인가요?
맞아요, 맞아요, 물론이죠. 그러나 이웃은 고래, 돌고래, 열대우림도 가리킵니다. 우리 이웃은 전체 생명집단, 우주 전체입니다.
우리는 그것 모두를 우리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합니다."
샐리 맥피이그는 자연이 가난한 자처럼 되었다면,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를 위해 정의를 세우려는 우리의 열정이
자연세계, 생태계 및 위험에 처한 다른 종들을 포함하는 데까지 뻗어나간다고 주장했다.
"열대우림을 살리자"는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의 구체적인 윤리적 적용이 된다.
윤리의 목표는 모두를 위해 공동체 안의 활기찬 생명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 세상을 완전히 초월하시는 하느님의 위대하고, 불가해한 신비가
또한 자연세계와 진화의 중심에 있는 역동적 힘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세상과 함께 신음하시고, 그 진보를 기뻐하시고, 샐패해도 믿음을 놓지 않으시며,
내부로부터 자비롭게 활력을 주시는 창조주 성령은 유한성과 죽음 속에 있는 모든 피조물과 함께하시며,
구속적 사랑 속에 그들을 안으시고, 신적인 생명의 교제 속에서 상상할 수 없는 미래로 그들을 이끄신다.
창조질서의 풍성한 전체의 무늬는 단순히 호모 사피엔스로 가는 길목에 몇몇 단계들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한 가치를 지니며, 하느님이 창조적으로 거하시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사실을 생생하게 그려놓았다.
"내 영이 모든 창조물을 바라봅니다. 우리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나
(바다, 흙, 공기, 별, 나무, 죽을 수밖에 없는 피조물 같은 것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바라봅니다.
그리고 당신, 오 주님, 저는 모든 면에서, 비록 모든 무한한 방식이지만, 그것을 포위하고 침투해 있는 그것을 상상해보았습니다.
모든 곳에 그리고 모든 면에 바다가 있듯이, 측량 못할 공간과 하나밖에 없는 끝없는 바다를 통해, 그것은 그 안에 어떤 스펀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거대하긴 하지만 한계가 존재하는 그 스펀지는 모든 부분들에서 측량할 수 없는 바다로 채워져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저는 당신의 창조물, 그것 자체는 유한하지만 무한하신 당신으로 가득 채워진 창조물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말했습니다. 하느님을 보라 그리고 하느님이 창조하신 것을 보라" [고백록] 7.7
<추가 읽을 거리>
1. 같은 책 259-262 쪽도 참고하기를 추천한다. 자연세계에 대한 네 가지 숙고사항을 잘 정리해서 전달하고 있다.
2.[담화] 2023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교황 담화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cbck.or.kr)
3. 서울대교구 특별 사목교서 20230901 - 파일첨부
4.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2020 추계 정기 총회 - [한국 천주교 주교단 특별 사목교서 실천지침] 중 '축성생활회 실천사항' (아래 참조)
- 수도 공동체는 그리스도인의 생활이 약화되고 위기를 겪게 되었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수도자들은 복음 안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무엇이고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세상에 드러내야 합니다.
특히 은수 생활은 관상적 체험을, 수도승 생활은 공동체 체험을, 탁발 수도회는 복음적 청빈과 설교를 세상 한가운데 밝히 드러내야 합니다.
- 현대의 수도 공동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겪으면서 규율과 수덕과 윤리적 차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현대 수도생활 안에서 거의 사라진 예언자적 전통을 살려 나가야 합니다.
- 예언자적 전통은 종교적 세계를 정한 것과 부정한 것이라는 범주를 갖고 있는 경신례 전통과 다르게,
은총과 정의 그리고 신비적인 요소를 강조합니다. 수도 공동체 안에서 하느님 체험과 복음적 맛이 있는지 가장 먼저 성찰해야 합니다.
- 수도 공동체는 교회 건물의 관리에 대한 어려움과 성소자 부족 현상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복음적 가난과 육화의 창조성을 되살릴 수 있는 신학적 의미를 회복해 나가야 합니다.
- 수도 공동체는 각 수도회 안에서 창조 질서 보전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담자를 임명하여,
수도회 내부의 활성화와 지역 사회와의 연대에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Sr. 이 글라라
202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