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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

생태로운 뜨락일기_0523

2024-05-24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는 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매순간 전기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전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모른다.

조금만 고개를 들면 눈에 들어오는 촘촘한 전기줄과

방방곡곡 우뚝선 거대 송전탑들이 보이는데도 말이다.

 

극단적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지난 4월 30일 G7국가들이 늦어도 2035년까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시급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나라...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수천년 간직되어온 명사십리 삼척의 맹방 해변과

바다 생태계를 무참히 살해하고도 그 어떤 죄책감도 없다. 

 

탈석탄 시대에 시한부 운명을 타고난 삼척 석탄화력발전소는 

수많은 지역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의 오랜 반대와

여러가지 심각한 기후환경적 문제에 부딛혀

완공 후인 지난 5월초에만해도 가동중지 상태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발전소 가동시 

연간 1300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보고 있음)

그런데 그 사이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상업운전개시 확인서를 발급받고

시험 운행을 시작했다니... 헛웃음이 탄식과 함께 흘러나온다.

 

'찬미받으소서 주간' 5일째날.

역대급 더위가 예상되는 올여름을 앞두고,

생태로운 에너지 전환을 지향하며

본원 가족들과 함께 <석탄의 일생>을 함께 관람했다.

https://www.greenkorea.org/activity/energy-conversion/power/104048/
 


2023년 개봉한 우리나라 첫 석탄 관련 다큐멘터리로 

우리나라 석탄 산업의 역사의 이면과 발전소 위치 지역의 

'외부화'의 문제가깊이 다가오며 그동안의 무지와 무관심에 무거운 반성을 하게 된다.

불평등의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 '외부화'는

발생된 피해와 부담을 멀리 떨어진 지역의 사람들에게 떠넘기고

아무런 책임없이 편안히 이익과 편리만을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사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1일 찾아갔던 삼척 바다는 아름다웠다.

모든 것은 받아주기에 '바다'라고 하듯,

바다는 아픈 생명들을 꼬옥 품어안고 여전히 힘차게 출렁이고 있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의 대가를 누군가 대신 짊어져서는 안된다.

우리 무책임의 결과가 미래 세대의 것이어서는 안된다.

가장 취약한 이들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도록

모든 창조 질서를 존중하고 보전하는 문화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기도만으로는 부족하다.

빠르고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촉구와 크고 작은 구체적 실천과 노력으로

세상의 필요에 응답하는 또 하나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하겠다.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은 최악의 것을 자행할 수 있지만
또한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정신적, 사회적 제약을
극복하여 자신에게서 벗어나 다시 선을 선택하여
새롭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솔직하게 살펴보고,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참자유를 향한 새로운 길에 나설 수 있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회칙 찬미받으소서 205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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