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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

생태로운 뜨락 일기_0219

2025-02-19

 

                        겨울나무

                                           도종환 詩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 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눈먼 이에게 손을 얹으신 다음 물으셨다.

"무엇이 보이느냐?"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걸어 다니는 나무처럼 보입니다."

예수님께서 다시 한번 손을 얹으시자 그가 똑똑히 보게 되었다.

눈 먼이는 마침내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되었다.

보게 되었다.

 

1688번째 수요시위. 지난 2월 16일  별세하신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 인권운동가.  길원옥 할머니의 영정 앞에 꽃을 드리기 위해 줄을 섰다.

마지막 한 사람까지 모두 꽃을 드렸다.  영정 속 고운 미소와 나즈막한 할머니의 노래 음성이 

차갑게 얼어붙은 우리의 슬픔을 가만히 녹여 주었다. 

 

명동역 1번 출구. 어둑 어둑 해가 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도로 위 높은 곳을 올려다 보았고, 

해고노동자 고진수 님이  크게 팔을 흔들어 보였다.

영하의 날씨에도 매일 겨울바람 앞에 나와 설 수 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그 곁을 지켜내는 친구들이 있다.

사람들이 숨쉬고 있다. 따뜻하다. 

봄(see)은 봄(spr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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