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순례는 박해 당시, 처참하게 부서진 순교자들의 유해를 몰래 수습해 안장했던 박순집 베드로의 기록을 따라 걷는 순례길이었어요.
박순집 베드로는 순교자는 아니지만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베르뇌 주교님, 브르트니에르 신부님, 도리 신부님, 볼리외 신부님 등
새남터, 서소문 등 수많은 순교자들의 시신을 군관들의 눈을 피해 정성스럽게 수습하여
왜고개 등에 안장하며 당시 마을 사람들과 교우들 사이에서 '토비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해요.
조선에 박해가 끝난 1888년, 블랑 주교님(조선교구 제 7대 교구장)의 명으로 박순집은
순교자들의 유해가 묻혀 있는 곳과 그 간, 순교자들의 행적을 교회 법정에서 증언하게 됩니다.
이 증언들을 모은 것이 ‘병인사적 박순집 증언록(丙寅事跡朴順集證言錄)’으로 남겨지게 되요.
여기에는 153명의 순교자의 행적이 기록되어 있고, 이 증언록은 현재 절두산 순교자 기념관에 소장되어 있어 절두산 순교성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답니다.
이후, 그는 인천 지역으로 넘어가 평신도 지도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그리고... 그의 슬하에 있는 자녀 중 셋째 딸인 ‘황월’은
한국의 첫 수도회인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 입회하게 되고 조선의 첫 수도자로 봉헌됩니다.
이 수녀님이 바로 우리 한국의 첫 수도자이자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첫 조선 수도자인 박황월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수녀님이시지요.
저희는 성소자 자매들과 함께
박황월 수녀님의 아버지이시며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신 박순집 베드로님께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무수히 걸으셨을 그 길을 걸으며,
오늘 이 땅의 순교와 십자가의 신비를 증언할 용기와 힘을 가슴에 품는
뜻깊은 순례를 했답니다.